초보 백패커를 위한 ‘리얼 백패킹 가이드’

 

“취미가 뭐에요?” 혹은 “여가 활동은 어떻게 보내세요?”라는 질문, 한 번 쯤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혹시 이 질문을 듣고 몇 초간 우물쭈물하는 자신을 발견하지는 않는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 주말이나 휴일에 무언가를 하는 건 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은 나만의 취미라고 할 건 없다. 백패킹을 취미로 가져 보는 건 어떤가? 백패킹은 말동무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혼자여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을뿐더러, 새로운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진짜 휴식을 경험하게 된다. 백팩 하나로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 백패킹에 대해 살펴본다.

해외에서는 백패킹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국내는 아직까지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백패킹의 매력을 꼽으라면 다양한 세상과의 소통에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서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 생긴다. 또 백패킹을 통해 여행지에서 낯선 백패커들과 더불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 백패킹은 ‘자연, 타인, 자신’이라는 3중 교감을 통해 휴식과 더불어 자아 성숙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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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 목적 없이, 발길 따라 시작하는 여행
백패킹은 야영 장비를 갖추고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등짐, 즉 백팩을 메고 다니는 레포츠를 말한다. 이 활동은 기계화, 개인화, 물질화로 인해 잃어 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정해진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두 발과 의지만으로 몰랐던 자연을 찾아 나서는 근대적 의미의 도보여행이다.

백팩을 벗 삼아 걷는 백패킹은 등산과 트레킹의 매력이 묘하게 섞여 있다. 등산처럼 결코 정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걸으면 된다. 하지만 계곡이나 냇가를 끼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트레킹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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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배낭 찾기
백패킹의 기본은 체력과 ‘배낭’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배낭은 최소 50~60ℓ 이상의 크기, 짐을 모두 넣었을 때 약간의 여유가 있다고 느껴지는 크기를 택한다. 배낭이 너무 작으면 텐트와 침낭 등의 수납이 어려워진다. 작은 배낭은 허리벨트, 사이드 스트랩, 어깨당김끈 등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백패킹 과정에서 몸에 무리를 주기 쉽다. 웬만하면 짐은 배낭에 모두 들어가도록 싼다. 배낭 밖으로 물품이 노출되면 비를 맞거나 외부 장애물에 긁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패킹 고수들은 배낭에 짐을 넣을 때도 위치별로 물품들을 나누어 쌓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옷, 침낭 등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짐은 아래쪽에 두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코펠이나 스토브 같이 무겁고 딱딱한 용품들은 그 위에 넣도록 한다. 이때 무거운 짐은 등에 가까이 밀착시키고 가벼운 짐은 바깥쪽에 넣으면 체감 하중을 줄일 수 있다. 또 가방 위쪽에는 물통, 비상식량, 구급약 등 자주 찾는 짐을 넣으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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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衣),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할 것
1박 2일 정도의 백패킹이라면 옷은 여러 벌 준비할 필요가 없다. 날씨에 맞게 한 벌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백패킹 일정에 이른 오전 또는 늦은 오후 시간의 산행이 포함된다면 차가운 바람과 낮은 체감온도를 견딜 수 있는 보온용 바지와 재킷을 따로 챙기도록 한다. 짐의 부피가 늘어나도 장갑과 방한모는 꼭 챙기도록 한다. 야외는 날이 따뜻해도 날씨와 기온의 변화가 크니, 가볍고 부피가 작은 방풍재킷은 기본으로 챙긴다.

옷 외에는 여행용 물티슈, 스틱, 램프 정도가 있다. 물티슈는 물로 손을 씻거나 세수를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등산 스틱은 몸의 균형을 잡아 주고, 중량을 분산시켜 주어 체력 소모에 도움을 준다. 램프는 텐트 안에서 사용할 램프와 개별적으로 사용할 헤드램프 두 가지를 챙긴다. 운행 장비로는 의류를 포함해 신발, 스톡, 보조자일 등과 지도, 나침반, 비상식량, 구급약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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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食), 먹은 흔적은 남기지 말 것
백패킹에서 식사는 번거롭더라도 무게와 부피를 최소화해 미리 준비하도록 한다. 아침과 저녁에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식사를 하고, 점심은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활동식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좋다. 백패커 고수들은 아침과 저녁은 간편하면서도 체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떡국 등을, 점심에는 열량이 높은 에너지바 등을 권한다.

우선 식단을 만들고 재료를 미리 사서 꼼꼼하게 준비한다. 끼니별로 재료를 나눈 후, 양념이나 파, 마늘 같은 부재료는 미리 썰어서 지퍼백에 함께 보관한다. 즉, 코펠에 넣고 물만 부어 끓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백패킹에서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LNT, Leave No Trace)’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포장지 같은 쓰레기도 최소화하도록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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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住), 텐트는 보온·투습 기능이 좋은 것으로
어떤 여행이든 잠자리는 편하고 따듯해야 한다. 백패킹용 텐트는 작고 가벼운 1~2인용 제품이 적당하다. 무게는 3kg 내외로 선택하도록 한다. 부피가 작으면서도 보온, 투습 기능이 확실한 제품을 고르고, 기능성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은 피한다. 설치하기 쉬운 팝업텐트(Pop up tent, 조립할 필요 없이 던지면 완성되는 텐트)도 괜찮은 방법이다. 단, 바람에 잘 견디는지, 방수 효과는 확실한지 꼼꼼히 살핀다. 팝업텐트는 접었을 때 일정한 부피 이하로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들고 다니기 적당한 부피인지도 확인한다.

텐트를 골랐다면 이번에는 침낭과 매트리스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름을 제외하면 처음에는 불편해도 패킹과 무게의 이점이 있는 ‘머미(mummy, 미이라형)형 침낭’을 고를 것을 권한다. 계절별 침낭이 제일 좋지만 하나만 구매해야 한다면, 여름을 뺀 삼계절용을 선택한다. 동계까지 고려해 우모복(거위, 오리 같은 물새의 깃털로 만든 방한용 옷)과 결합 시 1kg 내외의 것이 좋다. 매트리스는 텐트 바닥 넓이에 꼭 맞는 사이즈를 고른다. 아무리 보온력이 좋은 침낭이 있더라도 바닥의 냉기를 충분히 차단하지 않으면 숙면을 취하기 어려우므로 매트는 꼭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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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백패커를 위한 백패킹 첫걸음
백패킹은 10kg 가까이 되는 무거운 짐을 메고 비포장 길이나 돌길을 멀리 가야 한다. 섣불리 난이도가 높은 코스를 도전할 경우, 백패킹의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질릴 수 있다. 백패킹 전문가들은 ‘동선 계획-일정 짜기-숙영지 선택’으로 장소를 선정할 것을 추천한다. 짧은 거리를 걷는 캠핑 위주의 백패킹이라면 동선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1박 이상이라면 체력과 난이도를 고려해 실제 걸을 수 있는 시간, 물과 식량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일정을 짤 때, 백패킹 코스까지 가는 대중교통, 차량 배차간격 등을 체크한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직장인들은 대개 주말을 이용하게 되는데,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는 시간과 도로를 숙지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백패킹에서 이상적인 숙영지란, 텐트 설치와 취사에 알맞은 곳을 뜻한다. 땅바닥이 고르고 전망이 트여 자연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 좋다. 가까운 곳에서 식수 조달도 용이한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덕 위, 능선, 물가, 골짜기, 낭떠러지는 가급적 피해서 텐트를 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