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한 잔의 커피가 한겨울의 추위를 달래준다면, 한여름 더위에는 이것만한 것이 없다. 바로 달달한 얼음 디저트 ‘빙수’이다. 아이스크림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빙수는 고대 셔벗의 형태로 등장했다. 하얗게 내린 눈에 꿀과 이런저런 과일, 향료를 넣어 섞어 먹었는데, 그 유래는 다양하다. 기원전 400년경 페르시아에서는 눈에 과일, 장미수, 베르미첼리(파스타의 일종)를 버무려 먹었다고 한다.
그보다 훨씬 전인 기원전 3000년경에는 중국에서 눈과 얼음에 꿀, 과일즙, 양젖을 섞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지금 빙수와 전혀 다를 게 없다. <동방견문록>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즐겨 먹던 ‘프로즌 밀크(frozen milk)’ 제조법을 마르코 폴로가 베네치아로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 기원이 어떻든 빙수가 맛있고 시원한 먹거리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소문난 빙수 맛집과 이색 빙수들을 소개한다.
맛의 탑 ‘밀탑’
‘밀탑’은 25년 전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함께 오픈한 우리나라 원조 팥빙수집이다. 밀탑 빙수는 달지 않고 좋은 식감을 가진 것이 특징인데, 20년 넘게 팥만 삶아온 할머니의 정확한 손맛이 이 집 맛의 비결이다. 터질 듯 말 듯한 팥알,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우유 얼음이 입 안 가득 고소함과 시원함을 더한다. 최근 tvN <수요미식회>에서 홍신애 요리연구가와 강용석 변호사가 극찬한 빙수 맛집이다. 제아무리 특이하고 화려한 빙수가 등장한다 해도, 한 번 먹고 다시 생각나는 맛은 밀탑을 따라올 곳이 없다.
(위치_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165 현대백화점압구정본점 5F)
시원해서 ‘빙빙빙’
삼청동에 있는 빙빙빙은 제철과일을 활용한 눈꽃빙수 전문점이다. 이곳은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크랜베리, 가을에는 포도, 겨울에는 귤 빙수를 선보인다. 특히 빙빙빙 삼청점은 다른 지점과 달리 빙수의 맛과 신선도를 위해 손수 담근 과일퓨레를 사용한다. 솜사탕처럼 입안에서 가볍게 녹아내리는 빙설, 빙설 속에 푸짐하게 들어 있는 과일, 기분까지 좋아지는 친절한 서비스가 빙빙빙 삼청점의 단골 사수비법이다. 빙빙빙의 최고 인기 메뉴는 포도빙수로, 수북한 우유 얼음 속에 큼직한 거봉이 알알이 박혀 있다.
(위치_서울 종로구 삼청로 113)
단호박을 올려라 ‘수연산방’
성북동에 있는 ‘수연산방’은 상허 이태준의 집을 개조해 만든 전통찻집이다.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은 ‘문인들이 모이는 산속의 집’이라는 뜻으로, 이태준이 14년간 소설을 집필해 온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곳은 손수 만든 전통차와 단호박빙수, 매밀전병아이스크림 등이 유명한데, 그 중 최고 인기 메뉴는 ‘단호박빙수’다. 단호박빙수는 찐 단호박과 직접 삶은 팥, 직접 제조한 단호박아이스크림에 블루베리, 떡 등을 얹어 먹는 수제 빙수다. 정성스런 맛과 고요한 카페 분위기가 은은하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위치_서울 성북구 성북로26길 8)
달콤 쌉싸래 ‘마망갸또’
마망갸또는 생캐러멜과 수제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다. 디저트카페와 베이킹 아카데미를 동시에 운영하는 이곳은 여름이면 ‘캐러멜빙수’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마망갸또의 캐러멜빙수는 넓은 머그잔에 탑처럼 높게 쌓아 올린 빙설과, 팥 대신 견과류를 푸짐하게 올려 카라멜 시럽과 에소프레소를 부어 먹는 이색 빙수이다. 3인이 함께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푸짐하고, 캐러멜의 달콤함과 커피의 쌉싸래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얼음 속에서 한결 바삭해진 견과류를 씹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치_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10길 30-12)
문래동 ‘카페 오가닉’
카페 오가닉은 문래창작촌과 가까운 유기농 커피가게다. 2009년 오픈해 커피 로스팅과 바리스타 교육, 창업스쿨 등을 함께 운영 하고 있다. 이곳은 빙수 전문점은 아니지만 빙수에도 커피만큼 정성을 쏟는다. 3일간 얼린 눈꽃 우유빙수 베이스에 딸기, 자몽, 녹차, 블루베리, 망고를 올린 다섯 가지 메뉴가 그것이다. 여기에 직접 삶은 팥과 기호에 따라 당도를 조절할 수 있는 주사기 연유, 찹쌀떡, 아몬드 등이 얹어져 나온다. 숯불로 로스팅 한 커피 맛도 제법이다.
(위치_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34 로데오 왁쇼핑몰)
벚꽃빙수 ‘당고집’
‘당고집’은 경단 꼬지에 색색의 팥소를 올려 먹는 일본식 전통 디저트카페다. 팥소 종류는 기본 통팥을 비롯해 단호박, 녹차, 딸기 등으로 다양하다. 이 팥소들을 빙설 위에 얹으면 당고집만의 이색빙수가 되는데, 특히 지난해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벚꽃빙수’는 어디에서도 따라 할 수 없는 맛과 모양을 자랑한다. 하얀 우유얼음 위에 도톰하게 올라간 분홍빛 팥소, 팥소 속에 비치는 벚꽃과 그 위에 고명처럼 올라간 딸기 맛 크런키가 깔끔하고도 깊은 맛을 낸다.
(위치_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3길 5)